
“오늘 당신의 부엌에는 안부와 생명력이 온전히 머물고 있습니까?”
물질적 풍요와 과잉이 지배하는 현대 사회에서 끼니의 평안을 묻는 일은 얼핏 평범한 인사처럼 들린다. 하지만 화려한 도심의 조명 뒤편, 고령화가 가파르게 진행된 지방 소도시 골목길 안쪽에는 스스로 신선한 먹거리를 구하거나 손질하지 못해 하루를 위태롭게 버텨내는 이웃들이 여전히 적지 않다.
한 인간에게 밥상과 식재료는 단순한 영양 공급의 도구를 넘어 세상과 이어져 있음을 확인하는 최소한의 사회적 생명선이다. 식탁의 온기가 식어간다는 사실은 곧 사회적 관계망의 단절과 깊은 고립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경북 예천의 중심에서 이 고독의 빗장을 열며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는 공동체가 주목받고 있다. 바로 1911년 설립 이래 115년 동안 지역의 굴곡진 근현대사를 함께 호흡해 온 예천교회(위임목사 김영수)다.
일제강점기의 암흑기와 한국전쟁의 비극, 전후 빈곤기를 군민과 더불어 건너온 예천교회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교회’라는 푯대 아래 지역 복음화와 무너진 공동체 회복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충실히 감당해 왔다.
교회가 실천하는 대표적 대외 섬김 사역인 ‘다비다 봉사단’의 발걸음은 지역 복지의 모범적인 진화를 보여준다. 성경 사도행전 9장에 등장하는 나눔과 구제의 상징 ‘다비다(도르가)’의 헌신을 오늘날 삶의 현장에 계승한 이 사역은, 조리된 완제품 반찬을 전달하던 과거의 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수혜 가구의 자립적인 식생활과 개별적인 영양 상태를 고려해, 신선한 각종 제철 식재료를 정성껏 다듬고 손질해 전달하는 맞춤형 나눔 방식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이 사역은 매월 첫째 주와 셋째 주 수요일, 월 2회에 걸쳐 규칙적으로 이어진다. 30여 명의 자원봉사 성도들은 이른 새벽부터 모여 신선한 채소와 나물, 각종 부재료를 깨끗하게 손질하고 정갈하게 소분하여 ‘신선 식재료 꾸러미’를 제작한다. 정성으로 채워진 꾸러미는 관내 식생활 취약 가구 100여 곳에 빠짐없이 직접 배달된다.
신선 식재료 나눔은 취약계층의 신체적 영양 개선뿐만 아니라 스스로 음식을 조리해 먹는 일상의 자존감과 삶의 활력을 되찾아주는 데 크게 기여한다. 한국 사회가 초고령사회로 급속히 진입하면서 독거노인과 복지 사각지대 고립 가구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공공 복지제도가 맞춤형 돌봄 서비스나 바우처 등을 통해 지원망을 넓히고 있으나, 복잡한 행정 절차와 현장 인력 부족으로 인한 돌봄 공백은 여전히 풀기 어려운 숙제다. 보건복지부의 고독사 실태조사에서도 고독사 위험군의 60% 이상이 불규칙한 식사와 외부 교류 단절을 겪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회복지 전문가들은 현대 복지의 성패가 ‘단순한 물품의 양’이 아닌 ‘지속적인 관계의 질’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정해진 날짜에 신선한 식재료를 들고 대문을 두드리는 30여 명의 봉사자는 대상자의 건강 상태와 안부를 살피고 따뜻한 말벗이 되어준다.
계절별 생활 환경의 위험 징후를 감지하여 공공 행정이 미처 닿지 못하는 틈새를 촘촘하게 메우는 셈이다. 전달되는 식재료 꾸러미는 단순한 식량을 넘어 ‘누군가 나를 잊지 않고 찾아온다’는 신뢰의 징표이자 든든한 정서적 지지대로 기능한다.
일각에서는 종교단체의 나눔 활동을 두고 일회성 시혜나 선교 편향을 우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2004년에 시작된 예천교회의 다비다 사역은 23년간 지역 밀착형 섬김의 연장선에서 공공성을 확보하고 건강한 사회적 자본을 축적하고 있다.
예천교회 관계자는 “다비다 봉사를 통해 끼니 해결과 건강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이웃들에게 정성껏 다듬은 신선 식재료를 전할 수 있어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지역의 필요를 세심하게 살피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